유상증자로 곳간 채우는 LCC…고환율·출혈경쟁에 기약 없는 정상화

입력 2022-08-31 16:17  

이 기사는 08월 31일 16: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나섰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항공기 정상 운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하자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이다. 최근 3년간 LCC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규모만 총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2년 6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코로나19 여파에 주주들의 기다림도 마냥 길어지고 있다. 점차 국내외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출혈경쟁으로 영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내 상장 LCC, 3년 연속 유상증자 단행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 항공 상장사들이 연이어 유상증자에 나섰다. 올해 4월 티웨이항공이 시작했고 에어부산과 제주항공이 유상증자를 각각 추진키로 했다. 모두 2020년 이후 3년 연속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11월 3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020년 7월 1584억원, 2021년 20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에어부산도 9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에어부산의 유상증자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2월 836억원 규모, 2021년 9월 22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적이 있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올해 4월 1210억원의 유상증자를 마쳤다. 2020년 11월 668억원, 지난해 4월 8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다. 진에어 역시 연내 유상증자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2020년 11월 1050억원, 2021년 11월 123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각각 마무리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영 정상화가 요원해지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이다. 그동안 최대 주주를 비롯한 구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유상증자는 대체로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 AK홀딩스와 에어부산의 최대 주주인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의 모회사인 티웨이홀딩스 등은 매번 자회사 저비용항공사의 유상증자 때마다 참여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운영자금 또는 채무상환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마련인 만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코로나19 이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저비용 항공사는 매번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3년간 적자 누적, 재무구조 악화일로
하지만 3년째 반복되는 유상증자에 주요 주주는 물론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더라도 경영 정상화까지 요원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증자 참여 대가로 경영권 참여 통로를 확보해달라는 요구를 마주하기도 했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증자에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저비용 항공사는 이번이 경영 정상화를 향해 가는 마지막 고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이뤄질 사안이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올해 2분기에 매출을 늘리고 영업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방역 완화와 입국자 검역 조치 완화 등에 맞춰 하늘길이 점차 열리기 시작하면서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의 상반기 영업손실 합계는 321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무구조는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제주항공 부채비율은 865%, 진에어 441%, 티웨이항공 963% 등이다. 에어부산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버는 돈은 없지만, 고정비 탓에 외부에서 빌리는 돈은 나날이 늘어나는 구조다. 항공사는 비행기를 격납고에 세워만 둬도 매월 수백 억원대의 리스료와 정비비 등 고정 비용이 소요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 동안 누적된 적자를 털어버리기 위해서 대규모 흑자를 거둬야 한다. 다만 여전히 이렇다 할 반등 국면을 찾지 못했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항공사의 유류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0.30원으로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넘어서며 연고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비(대여료)와 유류비를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LCC 시장 재편 촉발되나
일각에서는 국내에 지나치게 많은 저비용 항공사가 난립하고 있어 코로나19 여파가 사라지더라도 모든 저비용항공사가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상증자는 눈앞의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 본질적인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한국 저비용 항공사 수(9개)는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저비용 항공사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 뒤로 일본 8개, 중국과 태국 6개, 독일 5개 등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항공업이 정상 회복하더라도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올해 여름 성수기를 맞아 일부 하늘길이 열리자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은 국내선 시장을 놓고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주요 저비용 항공사들은 국내선 위주의 증편계획을 내놓으면서 특가항공권과 무료항공권 등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비행기를 격납고에 세워두는 것보단 고객층을 확장하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익성 회복이 요원해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에서 외부 자금을 수혈하기 쉽지 않은 신생 군소 저비용 항공사는 활로를 찾기 위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향후 촉발될 국내 저비용 항공사 시장 재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미국에서도 2000년대 중반 11개로 늘어났던 저비용 항공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통폐합되면서 시장이 재편된 바 있다.

에어로케이는 8월 대명화학그룹을 새로운 최대 주주로 맞았다. 대명화학그룹 계열사 디에이피가 에어로케이의 지주사인 에어로케이홀딩스 지분 64%를 300억원에 인수했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인천 등도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잠재적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한 이후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들의 통합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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